2023년 여름에 개봉한 범죄 액션 영화 밀수》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등이 출연했다. 1970년대 남해안 작은 마을에서 바닷속 밀수 얽힌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사건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분위기와 직업적 현실을 재현하는 데 집중한 작품이다. 본 글에서는 해녀 중심의 액션 서사, 배우 김혜수의 역할, 그리고 대형 상업 영화로서 여름 시장에서의 성과를 정리한다.
해녀액션이라는 장르적 실험
《밀수》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해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액션물이다. 영화는 수중 밀수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갈등과 서사를 전개하는데, 이는 실제 해상 밀수 조직과는 무관하며 극적 구성에 따라 창작된 이야기다. 기존의 범죄물과 달리, 잠수 장면, 수중 추격전, 해저 밀거래 등 새로운 시각적 장치를 통해 관객에게 신선함을 제공한다.
액션 시퀀스 대부분은 해저와 항구를 배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수중 촬영 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배우들은 촬영 전 특수 잠수 훈련을 받았고, 일부 장면은 실제 잠수 상태에서 촬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액션 장면의 현실성과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후반부 바다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물속에서의 물리적 충돌 장면은 고난도 촬영이었으며, 이를 통해 '해녀액션'이라는 새로운 하위 장르의 가능성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같은 액션 구성은 일부 관객에게는 속도감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는 육상 전투에 비해 수중 장면은 연출상 제약이 많고, 인물 간의 감정 갈등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수》는 시각적 실험과 연출의 다양성 측면에서 기존 한국 범죄영화와는 차별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김혜수의 중심 연기와 캐릭터 해석
영화에서 김혜수는 주인공 ‘춘자’ 역을 맡아 중심 인물로 활약한다. 춘자는 해녀였으나 생계와 야망 사이에서 밀수에 손을 대게 된 인물로, 영화 내내 도덕성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한다. 김혜수는 해녀 역할에서 실제 해녀의 말투, 호흡, 몸짓 등을 재현하기 위해 수개월 간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도 다양한 강한 여성 캐릭터를 소화해 왔던 김혜수는 《밀수》에서는 단순한 ‘센 언니’ 이미지가 아니라, 시대에 휘둘리는 여성의 현실과 복잡한 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그녀가 연기한 춘자는 이익 앞에서 냉정하지만, 친구 진숙(염정아)과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인물이다. 이중적인 인간성과 연민을 동시에 표현해야 했던 복합 캐릭터로, 김혜수가 몰입감있는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내내 김혜수는 눈빛과 몸짓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이 많고 대사는 오히려 절제되어 있다. 이는 해녀라는 캐릭터의 직업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말을 아끼고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기 위해 연기 스타일이 내면화된 방식으로 조정된 것이다.
김혜수는 이 작품으로 2023년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후보에 올랐으며,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중심 연기”라는 평을 받았다.
여름 대작으로서의 시장성과 평가
《밀수》는 2023년 7월 26일 개봉하여, 약 500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여름 시즌 대작으로 기획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등과 함께 흥행 경쟁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손익분기점인 약 350만 명을 넘기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으로 분류된다.
제작비는 약 2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수중 촬영 장비, 실제 잠수 트레이닝, 세트 제작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개봉 당시 배급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였으며,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전국 2,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이 같은 대규모 배급은 ‘여성 주연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평적으로는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연출과 연기, 미장센은 호평을 받았으나, 이야기 전개나 인물 갈등의 밀도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특히 후반부 갈등 해소가 다소 급작스럽다는 지적이 있었고, 캐릭터 간의 감정선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평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수》는 여름 시장에서 남성 중심 블록버스터가 장악하던 흐름에 변화를 준 사례로 평가되며, 이후 여성 중심 서사 영화 제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밀수》는 해녀와 밀수를 결합한 독특한 설정과 김혜수 중심의 연기, 그리고 여름 시즌을 겨냥한 대중성의 균형 속에서 제작된 영화다. 시각적 신선함과 연기 완성도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서사 구성과 감정 몰입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중심 상업 영화가 안정적인 흥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