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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가에게 빅아이즈가 주는 의미 (리뷰, 자아, 창작권)

by dreamer791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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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아이즈>는 여성 예술가의 목소리가 억압되던 시대에, 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창작권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실화 기반의 영화입니다. 실존 인물 마거릿 킨(Margaret Keane)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여성 창작자에게 특히 큰 울림을 준다. 팀 버튼 감독의 색다른 연출 아래 마거릿의 내면 풍경은 특유의 분위기와 색감으로 표현되며, ‘창작자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절히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억압과 해방의 서사를 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 창작자의 권리 문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빅아이즈 포스터

 

여성의 이름이 지워진 예술, 그리고 그 상처

 

1950~60년대 미국, 예술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 남성 중심으로 굴러가던 시대였다. 영화의 주인공 마거릿은 특유의 큰 눈을 지닌 아이들을 그리는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받지 그녀의 그림은 남편 월터 킨의 이름으로 팔리게 되고,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의 작품을 '남편의 예술'로 위장한 채 살아야 했다. 이 구조는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여성이 창작을 해도,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름을 남기는 건 남성의 몫이라는 암묵적 규범. 영화는 마거릿이 남편에게 창작권을 넘기게 되는 과정을 납득 가능한 감정선으로 보여준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어요.”라는 마거릿의 말에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내면적 불안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장면은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겪었을 법한 감정과 유사하며, 오늘날에도 일부 여성 창작자가 겪는 현실과 겹쳐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을 과장 없이 차분히 보여주되, 그 안에 담긴 부조리와 슬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아를 되찾는 여정,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빅 아이즈>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마거릿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남편의 조종과 언어적 압박 속에서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아이들의 눈은 더 커진다. 이는 단지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그녀의 내면을 반영하는 일종의 고백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는 그림 자체를 그녀의 감정과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대사가 아닌 이미지로 심리를 전달한다. 결국 마거릿은 용기를 내어 월터와 결별하고 하와이로 떠나 새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인의 이름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고, 결국 법정에서 자신의 창작권을 되찾는다. 영화 속 법정 장면은 실화에 근거한 장면으로 유명한데, 재판장에서 마거릿과 월터가 같은 그림을 그려보라는 판사의 요청을 받고, 진실이 드러나는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짠하다. 영화는 마거릿이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강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수많은 여성 창작자들에게 위로이자 용기가 된다.

여성 창작권과 사회 인식에 대한 질문

마거릿 킨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녀의 경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창작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이름으로 창작물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론 공동 작업이라는 이름 아래, 때론 마케팅과 기획이라는 구조 속에서 여성의 기여가 묻히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빅 아이즈>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또한, 예술이 단순한 ‘창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그것은 자아의 표현이자, 존재의 증명이기 때문이다. 마거릿은 그림을 통해서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창작권을 빼앗는다는 것은 곧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여성 예술가에게 창작권은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빅 아이즈>는 그 지점을 감성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전달하며, 관객에게 “그림 뒤에 진짜 이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빅 아이즈>는 모든 여성 창작자, 그리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지만 분명하고 단단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싸우고 있는 이 문제를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담아낸다.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영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마거릿 킨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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