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누군가의 기억을 들춰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캔스피크>는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 유쾌한 분위기로 시작해 점차 진지한 역사적 메시지로 전환되는 이 작품은,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저 슬픈 일로만 표현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깊이 있게 접근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이 영화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의미,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나옥분 할머니가 말하고 싶었던 것 (아이캔스피크)
나옥분 할머니는 처음엔 민원실을 떠나지 않는 괴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매일같이 민원을 제기하고,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녀에게는 말 못 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겪은 고통스러운 과거였습니다. 영화는 이 사실을 어느 한순간의 드라마틱한 고백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그녀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지 언어를 익히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일을 국제 무대에서 직접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옥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말한다는 것’이 단순히 소리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말은 기억을 전달하고, 상처를 마주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도구가 됩니다. 그녀의 용기는 단지 과거를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일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입니다. 이 영화는 그 간절함을 결코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마음에 깊게 각인시킵니다.
청소년들이 꼭 봐야 할 이유 (청소년)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역사적 사실들도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정보를 아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아이캔스피크>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라는 단어를 외우는 것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과 감정을 통해 인권의 본질을 체감하게 도와줍니다.
나옥분 할머니의 용기, 그리고 민재 공무원의 변화는 교과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현실적인 시민 교육’의 좋은 예시가 됩니다. 민재는 처음엔 그녀를 불편한 존재로 여기지만, 점차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며 마음을 열고 함께 준비해갑니다. 이러한 인물 간의 관계 변화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들어야 할까?”, “진실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적 공감을 자극하여, 청소년들이 타인의 고통을 단순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좋은 영화’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이야기이자, 교육적 자산이 됩니다.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우는 영화 (시민의식)
<아이캔스피크>는 평범한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고통의 기억을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집니다. 나옥분 할머니는 오랜 시간 침묵하며 살아왔고, 그런 그녀의 용기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녀가 영어로 증언을 하게 된 것은, 누군가는 들어야 할 책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의식이란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그것을 거창한 정치 담론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 불편한 진실 앞에서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진실을 다음 세대에게 잊히지 않도록 전하는 일이 곧 ‘시민의식’이라는 점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 민재의 변화는 바로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의 상징이며, 그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늘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치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멈추어 서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단단해집니다. <아이캔스피크>는 우리에게 그 멈춤의 순간을 선물하며, 기억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아이캔스피크>는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한 작품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주말 조용한 시간을 내어 꼭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나옥분 할머니처럼, 침묵의 시간을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