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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재난 대비 영화 엑시트 (리뷰, 교훈, 생존기)

by dreamer791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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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흔히 재난 영화라 하면 파괴적인 CG와 극한 상황 속의 극적 전개를 떠올리지만, <엑시트>는 그 틀을 살짝 비틀었다. ‘상상할 수 있을 법한 현실적인 위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웃음과 긴장, 감동을 균형감 있게 버무린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현실 재난 대비 교과서처럼 느껴진다. 특히 팬데믹과 자연재해가 일상이 된 오늘날, <엑시트>는 단순히 허구의 탈출극이 아닌,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뮬레이션이자 경고장처럼 다가온다.

 

영화 엑시트 포스터

 

리얼한 재난 설정과 한국적 정서의 접목

 

영화 <엑시트>는 독가스로 뒤덮인 도심 한복판이 무대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가 퍼지는 도시, 그리고 그 안에 갇힌 평범한 남녀—용남과 의주. 이들은 전문 구조대도,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한때 클라이밍 동아리 에이스였던 청년과 호텔 연회장 직원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다. 화려한 액션이나 비현실적인 설정 대신,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과 공간이 중심이다. 용남이 뛰어다니는 건 익숙한 서울의 거리이고,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은 바로 우리 이웃 같다. 또한 ‘취업 실패자’, ‘가족에게 민망한 자식’이라는 사회적 위치는 한국 청년들의 현실적인 자화상을 담고 있어 감정적으로 더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가스가 퍼지는 속도, 구조의 어려움, 통신 두절 등 영화 속 위기들은 실제 재난 시 발생 가능한 상황들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이처럼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비일상의 사건을 ‘한국형 현실’이라는 틀 안에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유쾌함 속 생존기술의 메시지

재난 영화가 무조건 진지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 <엑시트>는 웃음을 놓지 않되, 결코 상황의 심각함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빌딩을 오르고, 로프를 타고 이동하고, 소방장비를 활용하는 장면들은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필사적 노력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영화는 다양한 생존기술과 재난 대응 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지대로 대피하는 것, LED 플래시로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 안전 로프를 활용해 벽을 타는 법 등은 현실 재난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는 팁들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들이 구조를 ‘기다리기’보다는 ‘탈출을 감행’하는 능동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가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 마인드셋’을 보여주는 사례다. 웃으며 보지만, 보고 난 후에는 ‘나였다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곱씹게 만든다.

평범한 이들의 용기와 가족애, 그리고 교훈

<엑시트>는 재난 속 탈출을 그린 영화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진실도 함께 보여준다. 용남은 늘 무기력하고 눈치 보던 청년이지만, 위기 속에서 자신도 놀랄 만큼의 용기와 판단력을 발휘한다. 의주 역시 침착하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이끌며,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은 사람도 특별한 상황에서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애 또한 영화의 중요한 정서적 축이다. 용남이 극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어머니와 가족이다. 엄마의 잔소리, 누나의 핀잔, 아버지의 무뚝뚝함— 한국 가족의 익숙한 모습이지만, 위기의 순간 그 모든 관계는 강한 유대로 바뀐다. 영화는 긴장과 유머 사이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옥상에서 구조 헬기를 향해 외치는 환호는 단순한 구출이 아닌,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넘어서, 유쾌함과 감동, 현실적인 메시지를 모두 아우른 보기 드문 영화다. 단순한 탈출극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위기를 준비하게 만들고,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태도와 마인드를 다시금 점검하게 한다. 그 유쾌함 속에 숨겨진 깊은 교훈은 오래도록 남는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우리는 각자의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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