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어딘가에 숨겨놓았다가 다시 꺼내 보기 좋은 영화다. 단순한 SF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성과 가족애, 존재의 가치를 묻는 작품이라 볼 때마다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2025년 지금, 디스토피아적 현실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그 메시지는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7명의 자매가 살아남기 위해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깊은 감정과 윤리적 질문들이 숨어 있다.
과잉 인구 시대의 디스토피아, 설정 속 현실성
영화는 과잉 인구 문제로 인해 출산이 철저히 통제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정부는 1인 자녀 정책을 강제하고, 둘째부터는 ‘냉동 보관’이라는 명목 하에 아이들을 강제로 격리시킨다. 이런 극단적인 설정은 과장처럼 보이지만,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인구 분포 불균형이 심화되는 지금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결코 먼 미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 주인공인 ‘세틀먼’ 박사의 손녀 일곱 명은, 각각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의 이름을 가진 채 몰래 살아간다. 각자는 자신의 요일에만 외출이 가능하며, 사회적으로는 ‘카렌 세틀먼’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위장하고 살아간다. 이 설정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롭고 기발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세계관 때문만은 아니다. 자매들은 외적으로는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도 기질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다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하나의 존재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설정은 극한의 자기 억제와 절제, 협업을 요구한다. 이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그들의 규칙은 때로 감정보다 우선하고, 감정은 억눌린 채 갈등과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일곱 자매, 그리고 하나의 가족 이야기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가족’이라는 주제 안에서 감정의 층을 다양하게 쌓아 올린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일곱 명의 자매는 그저 ‘형제애’로 묶을 수 없는 복잡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같은 날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이 오직 하나의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희생과 연대는, 단순한 자매애 그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월요일’이라는 인물이 있다. 영화는 그녀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나머지 자매들이 월요일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하나둘씩 드러나는 비밀과 진실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자매들 사이에 놓인 갈등은 단지 외부 위협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나만의 삶'에 대한 갈망,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 점점 내부 균열을 만든다. 우리는 이 자매들을 통해 한 가족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이 교차할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사랑, 질투, 신뢰, 의심, 희생… 이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영화는 단순한 SF 액션을 넘어 감정 드라마의 깊이까지 이끌어낸다. 특히 '토요일'이나 '목요일' 같은 개별 인물의 감정 연기는 매우 섬세해서, 관객이 자매 한 명 한 명에게 정을 붙이게 만든다.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 그리고 생존의 의미
이 영화에서 배우 누미 라파스의 연기는 단연 돋보이는 볼거리 중 하나이다. 그녀는 일곱 명의 자매를 모두 혼자 연기하며, 놀라운 캐릭터 구분력과 몰입도를 보여준다. 외모는 같지만 말투, 표정, 걷는 방식, 심지어 눈빛까지 모두 다르다. 관객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지금 누구인지를’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1인 7역이라는 설정은 자칫 어색하거나 과장될 수도 있지만, 누미 라파스는 그것을 감정의 진폭으로 풀어낸다. ‘월요일’의 냉정함, ‘수요일’의 반항심, ‘일요일’의 따뜻함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각각의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는 생존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가,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은, ‘누구의 삶이 진짜였는가’에 대한 윤리적 고민까지 이끌어낸다. 자매 중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체제를 넘어서려는 꿈을 꾼다. 각자가 바라는 삶의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그들을 묶어두는 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의 책임감과 애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존과 자유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단순한 설정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영화다. SF, 스릴러, 액션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 가족의 의미, 정체성의 혼란, 생존의 윤리를 촘촘히 녹여냈다. 2025년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성과 감정의 복잡함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다시 한번 ‘우리는 왜 살아남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다시 꺼내 보시길 권한다.